전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기 전
근무 시간에 자주 회사 건물 옥상에 올라가서
여러 몽상으로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난다.

‘사람의 감정은 어디서 비롯되는가
기억이 없으면 감정도 없는 것 아닌가
그런데 왜 6년 다닌 이 곳에서 감정이 더이상 해소되지 않은채 계속 되새김질을 하는걸까

아 장소가 바뀌지 않으면 기억이 그대로 있고
기억이 그대로 있으니 감정도 그대로 있는 거구나
난 이곳을 탈출해야만 이 고리를 끊을 수 있겠구나’

그리고 사무실에 책상에 앉아 있을 때면
‘숲에서 땀을 흘리며 장작을 패는’ 내 모습을 자주 상상했다.
본능적으로 사무실을 답답하게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떻게 앞으로 먹고 살지 고민은 하긴 했지만
회사,집,교회 세 곳 모두 짐을 지고 있고 어디서도 해소할 수 없는 상황에 나는 회사라는 짐을 내려놓는 선택을 했다.

직접적인 계기는 회사에서 준 생일선물 - 만원권 상품권이 마음에 안들어서 빡쳐서 사표를 던졌다.
뭐 개인적인 속사정은 당시 교회 청년부 중국팀에서 잔행하던 프로젝트에 투입할 시간이 없어서였기도 하다.

지금도 그렇지만, 내 우선순위는 보통 사람들의 이해 저너머에 있다.
나 스스로도 잘 이해가 안될 때가 있다.

근데 지금 생각해도 당연한 선택이었다고 생각이 드는 걸 보면, 난 약간 맛이 가 있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여튼 당시에 8개월 동안 잘 쉬기도 하고 놀기도 하고 봉사활동도 많이 다니고, 모아둔 돈 까먹으면서 잘(?) 지냈다.
사고 싶은 책이 생겨도 마음껏 살 수 없다는 갈증이 기억이 나긴 한다.
다시 취직하고 돈을 벌자마자 그때 벼르던 책들을 지른 기억도 난다.

예전 회사를 그만두기 전의 내 상태와 요새 내 상태가 꽤 닮아있다.
뭐 여전히 싱글남이면서 돈은 훨씬 많이 모아뒀다는 점이 차이라면 차이일까.

이젠 경험이 많이 쌓였고, 신중해졌으면서도, 더 너그러워졌고, 마음이 훨씬 더 단단해졌다는 점도 큰 차이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