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했던 바와 같이, 지난주 3박 4일간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5월 3일 토요일. 11시 30분에 수서역에서 동생과 만나 인근 백반집에서 점심을 먹고
1시 10분경 출발하는 목포행 SRT를 탔다.
2시간 반쯤 후 목포역에 내려, 미리 기다리고 계시던 아버지 차를 몰아서 진도 고향집으로 향했다.

고향집에서 2박 3일의 시간을 보냈다.

5월 6일(화). 드디어 기다리던 가족여행 날이 되었다.
소풍 가기 전날처럼 잠을 설쳤다는 부모님과 동생 모두 일찍 일어나 준비를 마쳤다.
난 전날 새벽 2시에야 간신히 잠이 들어 비몽사몽간에 아침에 간신히 잠을 깨고,
예정보단 이른 시간인 8시 반경 진도를 출발했다.
장흥휴게소에 들러서 잠깐 휴식을 취한 뒤, 순천으로 향했다.

첫번째 목적지는 ‘순천복음교회’.
3월의 매화로 유명하던데, 이미 매화는 다 졌겠지만 그래도 정원은 예쁠 거라 기대해서 이곳을 첫 목적지로 정했다.
도착해서 보니 기대했던 대로 아담하지만 관리가 잘된 정원이 있었다. 동화속에 나올만한 이상적인 모습의 교회였다.
잠깐 둘러보면서 인증샷을 남기고, 가까운 거리에 있는 조례호수공원으로 이동했다.
아직 점심 먹기에는 이른 시간이라 가족 모두 천천히 공원 한바퀴 돌고 나서 이제 점심 시간이 되었다.

조례호수공원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웃장’을 가서 먹을 것이 없나 좀 고민하다가, 꼬막정식을 먹어보고 싶다는 동생의 제안에 따라서 미리 검색해 두었던 ‘향미정’으로 향했다. 향미정은 순천만습지 인근에 있어서 운전을 좀 해야 했다.
‘향미정’에 도착할 때즈음, 먼발치서 보니 뭔가 ‘맛집처럼 생기지 않아서’ 망설이던 차, 인근에 ‘남도정식’이라는 가게가 눈에 띄었다. 메뉴는 향미정과 마찬가지로 ‘꼬막정식’과 ‘짱뚱어탕’이 메인이다. 다들 여기로 들어가자고 의견이 모여서 그렇게 순천에서의 첫 식당이 결정되었다.

점심을 먹고 나니, 가까운 거리에 있는 ‘순천만습지’에 가보는 것으로 자연스레 결정이 되었다. 습지로 가서 동생과 나는 ‘용산전망대’까지의 긴 코스를 택했고, 부모님은 가까운 거리에서 가볍게 산책하시기로 하고 그렇게 2조로 나뉘어 움직였다. 용산전망대는 폐쇄되었다는 안내를 보았지만 일단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보았다. 450m 정도 남기고 길이 폐쇄되어 있었고, 그 지점에서 회귀했다. 다시 부모님을 만나서 ‘순천만국가정원’으로 이동하였다. 순천만습지 입장료가 만원인데, 65세 이상은 무료입장이라 동생과 나만 습지 입장료를 내고 티켓을 끊었다. 그런데 이 티켓이 ‘순천만국가정원’도 같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이고 당일만 쓸 수 있는 것이라, 지금 안 가면 손해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네비게이션에 ‘순천만정원 주차장’을 입력하니 동문주차장으로 7~8km 정도의 거리가 나온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게 먼 거리일 것 같지 않아서 다시 ‘순천만국가정원 서문주차장’을 검색해보니 거의 2km 이상 거리가 줄어든다. 여기로 가는 게 맞는 것 같아서, 서문주차장으로 향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순천만국가정원’의 메인컨텐츠는 동문이다. 서문으로 입장했다가, 가족들은 동문으로 걸어서 이동하고 나는 다시 밖으로 나와서 차를 동문주차장으로 옮겼다. 그리고 동문에서 다시 가족들과 만나서, 부모님은 비를 피해 식물원으로 들어가시고 나와 동생은 우산을 쓰고 국가정원을 한바퀴 구경했다.

순천만국가정원 관람을 마치고 순천역에 있는 ‘브라운도트 호텔’로 이동했다. 잠시 쉬다가 5시 반경에 인근의 ‘남녘들 식당’이라는 곳을 찾아서 저녁을 먹었다. 4명 모두 굴비한정식을 먹었는데, 이 식사가 3박 4일 가족여행중 베스트 오브 베스트였다. 이 식당이 로컬 사람들이 좋아하는 식당이라는 데 이유를 알 것 같다.
돌아오는 길에 이마트에 들러서 바람막이를 하나 샀다. 음료수를 좀 사고, 호텔 데스크에서 어메니티 하나 구입하여 어머니에게 드렸다.

5월 7일(수). 아침은 호텔에서 제공하는 ‘간단조식’을 먹었다. 빵과 음료들이 간단히 제공된다고 해서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든든하게 먹었다. 계란도 1인당 2개씩 먹을 수 있어서, 계란후라이도 먹었더니 매우 든든했다.
호텔에서 이른 시간 체크아웃을 하여 ‘순천드라마세트장’으로 이동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화요일에 갈 생각이었지만, 순천만으로 내려가버리는 바람에 동선이 꼬여서 포기했었다. 수요일은 여수로 이동하면서 애양원을 들를 계획이었지만, 동생이 애양원을 별로 내켜하지 않아서 드라마세트장을 들렀다가 여수 대경도로 곧바로 넘어가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드라마세트장은 의외로 부모님이 매우 즐거워하셨다. 안 갔으면 큰일날 뻔. 동생과 나는 드라마세트장 꼭대기에 있는 달동네 세트장의 맨 위 교회까지 찍고 내려왔다. 주차장 나오는 길에 승용차용 주차요금 수납기가 고장나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대형 수납기에 요금을 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소형주차요금은 1000원, 대형은 3000원이다. 요금 내는 것도 더 힘들었는데, 2000원이나 더 냈다는 게 어이가 없긴 했다.
곧바로 대경도로 이동했다. 여수에서 여객선을 타고 3~5분 정도 바다를 건너면 대경도다. 점심시간까지 약간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서, 잠깐 대경도 산책한 뒤에 경도회관에 들러서 하모유비끼를 먹었다. 매우 맛있었는데, 아버지는 ‘날 것’이 아니라 약간 불만이셨던 것 같고, 어머니는 ‘너무 급하게 먹어서’ 아쉬우셨던 것 같다. 조금 더 차분하게 바다를 즐기면서 천천히 식사를 했어도 좋았을 것 같다.
Expo로 이동해서 아쿠아플라넷 구경을 했다. 그냥 수족관에서 펭귄, 돌고래, 물고기 뭐 이런거 볼 생각만했는데, 컨텐츠가 여러가지가 있었다. ‘바다사자 간식시간(고등어 먹이 주기)‘라던가, ‘인어공주 쇼(수중발레)’, 그리고 ‘대형수조 먹이주기 쇼’가 있었다. 입장권 비싸다 생각했는데, 다 보고 나니깐 그런 생각이 사라졌다. 그 가격이 맞다. 입장권에 ‘헬가 스텐첼’ 특별전 관람도 포함되어 있어서, 굳이 안 볼 이유가 없어서 보고 나왔다. 나중에 아버지와 동생은 ‘뭐가 뭔지 모르겠다’, 어머니는 ‘차라리 그거 안 보고 호텔에서 좀 더 쉴걸’이라고 하셨지만.. 나는 매우 재밌게 봤다.
신라스테이에 체크인을 하고, 저녁은 인근 ‘장수식당’이라는 곳에서 한정식과 제육볶음을 시켜 먹었다. 수요일이라 ‘동광교회’의 저녁예배에 참석 후 일정을 마쳤다.

5월 8일(목). 호텔 조식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신라스테이 조식은 매우 고급진 느낌으로 부담없이 먹을 수 있다. 미리 예약하면 30% 할인인 것도 포인트. 이틀간 많이 움직인데다가 동생 컨디션도 별로 안 좋아서, 이 날 오전은 일정을 만들지 않았다. 자유로이 시간을 보내다가 11시에 체크아웃하기로 하고, 혼자 expo 인근 산책을 하며 사진 좀 찍으면서 놀았다. 부모님도 두 분이서 오붓하게 expo 산책을 하셨다고 들었다. 호텔 체크아웃 하고, 이제 완도의 신지도 펜션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여행 중 가장 동선이 긴 구간이다. 그래서 중간에 2개의 경유지점을 생각했는데, 일단 하나는 벌교에서 점심을 먹는 것. 여수에서 별교까지 4~50분 정도 걸린다. 그리고 벌교에서 신지도까지 1시간 40분 정도 소요 되므로 중간에 장흥이나 강진에서 한번 더 멈추는 것이 좋다.
일단은 벌교의 ‘해연’이라는 한정식 집이 좋아보여서 그곳을 목적지로 정했다. 가서 보니 탁월한 선택이었다. 가장 기본 한정식을 4인분 시켜서 먹었는데, 네 명 모두 불만 없이 먹을 수 있는 메뉴 구성이었다. 오전에 호텔 조식으로 배를 채운 것이 아니었다면, 몇 등급 위의 정식을 먹었어도 좋았을 것 같다. 분위기도 좋고, 자연경관도 좋고, 국도에서 접근성도 좋은 위치에 있었다. 물론 운전 잘 못하면 지나쳐버릴 위험이 있는 것은 안 비밀.
완도/신지도 가는 길 1시간 정도 지점에 적당한 관광지가 있을까 부모님과 의논해보니 ‘가우도’라는 곳이 있다고 한다. 동선상 나쁘지 않아서 그곳을 다음 경유지로 정했다. 1시간 차를 달려 가우도에 도착. 산책 코스로 정말 괜찮은 곳이었다. 섬을 한바퀴 돌면 ‘출렁다리’가 있고, 거기가 메인컨텐츠인 것 같은데, 내가 계속 운전을 해야 해서 체력안배를 위해 거기까지 가지는 않고 돌아왔다. 그리고 드디어 마지막 여행지인 신지도로 향했다. 강진/장흥 반도에서 완도 고금도를 거쳐 신지도로 향했다. ‘완도정든펜션’에 체크인을 하고, 동생과 함께 신지면 동네로 걸어가서 동생은 병원/약국을 향해 진료를 받고, 나는 하나로마트에 가서 음료수를 샀다. 이제 남은 여행은 ‘펜션에서 푹 쉬는 것’이다. 2박 3일동안 많이 움직였으니, 이제 남은 1박 2일은 편히 쉬다가 집에 가는 것이 테마였다. 저녁에 ‘명사십리 해수욕장’에 가서 잠깐 구경하고, ‘모래뜰’이라는 식당에서 해양치유밥상/갈비낙지볶음을 2인분씩 시켜서 먹었다. 이 식당도 10점 만점에 10점 짜리였다. 들어오는 길에 하나로마트에서 다음날 먹을 빵/음료와 섬유유연제등을 샀다. 그리고 다들 TV와 유튜브 삼매경.

5월 9일(금). 아침에는 대충 주전부리로 배를 채우고, 10시가 좀 넘어서 펜션에서 체크아웃했다. 이제 마지막 남은 일정은 완도 성광교회를 구경하는 것. 작년에 홍성사에서 나온 ‘교회가 모여 교회가 되는 교회’라는 책의 배경이다. 홍성사 회원이라 신간을 계속 받아 보는데 그렇게 받은 책 중의 하나다. 내용이 너무 좋아서 부모님께도 한권 사서 보내 드렸고, 어머니께서 저 교회를 가보고 싶다고 하셨다. 그래서 이번 일정에 포함시킨 곳이다. 20분정도 차를 달려서 완도읍에 도착했다. 교회에 도착하니 비가 온다. 차를 주차하고 얼런 비를 피해 교회 안으로 들어갔다. 교회를 좀 구경해도 괜찮은지 양해를 구한 뒤 2층으로 올라가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에 내려 계단으로 한층 한층 내려오면서 살펴보았다. 가장 인상적인 곳은 ‘식당’이었다. 조리실과 식당 그리고 배식대, 식기보관함등 정말 시설이 잘 되어 있었다. 식당의 테이블과 의자도 단단한 원목으로 교회 식당으로는 매우 고급스러워 보였다. 그리고 인상적인 것은 교회 건물 벽 여기 저기에 걸려 있는 서예 글씨들이었다. 성경 구절과 좋은 글들이 적혀 있는데, 서예 작가 한분이 헌금하신 것으로 보였다. 덕분에 남도의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차를 한잔 얻어 마시고, 연안여객선터미널 근처의 완도어반 이라는 곳에서 생선구이를 먹었다. 이 식당은 맛은 괜찮지만 여러모로 좋지 못한 인상을 받았다. 두번은 안 갈 것 같다. 수협 직판장 근처의 건어물 가게에서 젤리와 오징어를 좀 사고, 직판장에서는 얼린 생선을 몇마리 산 뒤 진도로 복귀 했다.

아버지 칠순 기념 가족여행의 3박 4일이 참 알차게 지나갔다.